1517년 10월 31일, 루터는 부패한 중세 교회의 상징과도 같았던 면죄부 판매를 반대하여 비텐베르그 성당 앞에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붙이는 것으로써 종교개혁의 여명을 밝혔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진리에서 멀어진 교회를 향하여 ‘오직 말씀’과 ‘오직 믿음’ 뿐 이라는 것을 말한 이 날을 기념하여, 개신교는 10월 31일을 종교개혁 기념일로 정하고, 10월의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30일은 499년째 종교개혁주일이 되는 해입니다.
종교개혁은 개신교의 시작이며, 근거입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다양한 교파와 교단의 이름으로 존재하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교파와 교단을 떠나 참된 교회를 원하고 따르는 교회와 성도들이 말씀으로 개혁되는 교회의 본질과 수단 그리고 목적을 종교개혁의 정신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모든 개신교회가 종교개혁으로 부터 시작 되었기 때문입니다.
종교개혁은 개혁교회에 속한 모든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서 세워져야 할 가장 가치 있는 신학과 신앙과 교회에 대한 확실한 표상을 남겨 놓았습니다. 종교 개혁의 근본 정신인 5가지 ‘오직(Sola)’ 즉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하나님께 영광’은 종교개혁의 내용과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루터를 시작으로 그 뒤를 잇는 칼빈과 종교개혁자들은 이 ‘오직(Sola) 사상’에 근거하여 모든 영역에서 교회와 신앙이 개혁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오늘날의 교회의 모습은 하나님의 말씀속에서 지속적으로 개혁해가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사회 속에서 가장 먼저 개혁되어야 할 대상으로 지목당하고 있습니다. 풍성했던 종교개혁의 유산들과 말씀의 진리를 잊고지낸 지 오래입니다. 심오한 종교개혁의 원리들을 자기 중심의 가벼움과 쾌락과 영리를 추구하는 거짓 복음으로 대체해 버렸습니다.
여전히 우리 시대의 교회들은 종교개혁을 운운하며 교회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종교개혁의 푯말과 표지에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는 교회와 성도를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진리와 신앙고백의 중요성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생각하고 교회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자기 만족을 위한 세속적인 측면에서 다루는 교회들이 점점 많아져 가고, 복받은 교회가 좋은 교회로 이해되는 우리 시대의 보편적인 신앙 정서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닌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의 기독교는 말씀에는 무지하고, 은혜는 값싸고, 심판은 약하고, 구원은 너무나 쉬운, 세상의 여느 종교와 같은 종교로 인식되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 바깥에서 이러한 우리 시대 교회의 모습을 지켜보는 불신자들은 기독교에 대해 가졌던 깨끗하고 바른 삶에 대한 기대마저 포기하고 빠르게 세속화되어가고 있는 교회를 향해 실망과 분노와 체념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교회와 성도들은 이러한 상황이야말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며, 교회의 참된 부흥을 저해하는 악행이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 감각 없는 자처럼 행하고 있습니다. 진리의 빛으로 온 세계를 환하게 비추던 종교개혁의 생동감 넘치는 활력과 파워를 잃어가는 사이, 어느덧 현대 교회는 잘못된 중세 교회의 일그러진 형상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습니다.
성경을 바르고 정확하게 아는 일보다 모호하고 일반적인 경험과 자신이 잘되는 일에 의존하며,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어야 할 강단은 세상에서의 성공과 심리적 안정을 말하는데 바쁜 강연장이 되었으며, 하나님의 영광과 위엄이 드러나야 할 예배는 좀 더 자기 몰입적이며 자기 의를 추구하는 자의적 예배의 실험장으로 변모하며, 말씀에 확고한 신앙고백과 성경을 바르게 아는 교리는 사람이 느끼는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프로그램으로 대치되며, 은혜의 수단으로서의 기도는 잘 빌어서 얻을 것을 얻어내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으며, 마음의 무너진 성전을 세우는 일보다는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화려하고 멋있는 건물을 세우는 일에 몰두하며, 그리스도를 닮은 경건을 추구하는 삶을 강조하기 보다는 죄의 감각을 무디게 하는 현대판 면죄부를 팔고 사는 일에 관심을 두며, 성경에 대한 바른 해석과 예리한 논박으로 이단 사상을 물리치며 바른 반석위에 굳게 세우는 것보다는 분별없는 연합과 힘의 논리에 밀려 쉽게 타협하며, 하나님의 전적인 구원을 인간의 의지와 공로의 문제로 환원하며,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의 복음을 인간의 만족과 영광을 위한 싸구려 복음으로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다시 마음을 단정히하여 우리를 부르신 아버지의 목적을 생각하고 그 시대의 종교개혁을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종교개혁을 재연하고 따라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종교개혁자들이 자기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참된 신앙을 회복하고 고백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주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개혁이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순수하고 구별된 교회의 본질과 목적이 이루어질때까지 진리의 말씀안에서 개혁하는 것이 종교개혁입니다. 매일매일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을 부르신 아버지의 목적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개혁정신이 지금 우리 안에 꿈틀대고 있다면, 바로 그것이 진정으로 종교개혁에 참여하는 일이요,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일인 것입니다
반 천년이 지난 오늘, 종교개혁의 정신인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 우리 마음에 살아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말씀안에서 말씀으로 개혁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